[준비운동 2] 백화점과 친해지기, '만보객'이 되어 백화점 '느끼기' space politics [공간분석]

 "남녀가 만날 때도 처음엔 서로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남자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여자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것을 행복이라 여기는지 과속하지 않고 천천히 알아가는 것 그 자체로 기쁨이며, 그것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만보객 되기, 혹은 거리의 산보자 되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마치 사람을 알아가듯이 알아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백화점'이란 공간이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이기에 오히려 그것 안에서 '새로운 것'을 보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왠지 마음을 열고 백화점과 부대끼고 이야기하다보면 모르던 것들을 백화점이 마술처럼 보여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백화점이란 공간 속의 '만보객'이 되어 보기로 했다.

흔히 '만보객'되기 혹은 '거리의 산보자 되기'라고 다소 어색하게 해석되는 도시 공간에 대한 이러한 해독과 서술의 작업은 (이기형, 2008) '발터 벤야민'이라는 유대계 독일 철학자에 의해서 처음 시도 되었다. 그의 저술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그는 파리 시내의 아케이드를 '발'로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며 기존의 익숙한 시각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을 하려 시도했다.

그는 도시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미로를, 마치 파편적인 자료들을 해석의 길잡이로 삼아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관상학자와도 같이 접근하고 탐색했다. 벤야민에게서 발원하는 독특한 도시공간의 탐방 방식은, 일단 도시 공간을 어떤 전문가의 엘리트적이거나 관찰대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고정된 시점이 아닌, 가로를 유동하며 군중 속에 있으되 동시에 그들의 고나찰자들인 날카로운 눈의 탐정, 느리게 배회하는 산책자, 자의식 과잉의 댄디, 혹은 수집가이자 재상자인 넝마주의(ragpicker), 상품이 된 샌드위치맨과 매춘부와 같은 주변인들의 시각이나 관점을 빌려가면서, 도시와 부유하는 군중의 다면성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질로크, 2005, 이기형, 2008에서 재인용)

벤야민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소비공간과 건출물 그리고 군중이 어우러지고 조우하면서 만드는 고유한 연극성(theatricality)과 의식들(rituals), 그리고 집합적 기억의 생산이 형성하는 생명력과 유동성을 포착하고자 했다. 벤야민은 때로는 이미 사회화를 거치고 기성의 가치와 습속에 젖은 어른들의 시점이 아닌, 그러한 과정의 언저리에 위치한 아이라는 이방인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도시의 얼굴에서 신화와 현대의 놀라운 (공존과) 충돌"을 관찰하기도 했다. (벤야민, 2007a, 21쪽; 벅모스, 2004 참고, 이기형, 2008에서 재인용)

쉽게 말해 '만보객되기'는 분석의 대상이 되는 공간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만보객'과 나는 닮았다. 뭐가? 자세가!

이런 벤야민의 '만보객되기'를 보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는 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벤야민은 '파리'라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도시 공간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점이 '백화점'이란 익숙한 공간을 분석대상으로 삼은 나와 비슷하다. 또한 '익숙한 공간'을 대상으로 삼되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 '엘리트적'이거나 '고정된 시점'을 벗어나 '이방인의 입장'에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관찰하려했다. 이 또한 내가 가진 생각이나 목적과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벤야민의 탁월한 방식을 이번 내 프로젝트의 '준비운동'으로 차용해 볼 것이다. 책도 놓고 카메라도 놓고 예전에 가졌던 선입견도 놓고 가벼운 옷차림과 마음으로 백화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우선 '느껴보기'로 했다.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인 '변증법적 동화'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백화점'과 이뤄볼 생각이다.


이번 프로젝트 동안 진행 된 나의 '만보객되기' 스케쥴은 다음과 같다.
5월 15일(토) - 롯데 백화점 본점 탐방 (완료, 약 3시간)
5월 20일(목) - 신세계 백화점 본점 탐방 (완료, 약 1시간 30분)
5월 28일(금) - 신촌 UFLX, COEX 현대 백화점 탐방 (참고)
5월 29일(토) - 롯데 백화점 본점, 신세계 백화점 본점 탐방 (완료, 약 3시간)


만보객이 되어 '느껴본' 기호학적 시각으로서의 백화점의 '다른 얼굴'은 'main post' 몇 개에 걸쳐서 기술 할 것이다. to be continue! 



참고자료 :

「도시공간과 장소를 둘러싼 정치학과 시학을 지리학적 상상력으로 그리고 자전적으로 표출하기」, 이기형, 언론과 사회 2008년 가을 16권 3호, 2008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 폴리스』, 그램질로크, 효형출판, 2005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발터벤야민, 도서출판 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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