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익숙했던' 백화점을 기호학이란 틀로 '낯설게' 보고 나서 space politics [공간분석]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너무나도 친밀하던 그 어떤 것이 한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때...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문자일 것 같은 내 이름 석자를 써 놓고 보니 한참을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형상일 것 같은 내 얼굴을 거울로 바라보니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과 현상을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친밀한 낯설음Unheimliche(운하임리히 라고 읽는다)'이라고 한다.친밀한 줄로만 알았던 그 대상으로 부터 낯설음을 느끼는 그 순간, 우리는 친밀하다고 느꼈을 때 보지 못했던 다른 것을 그 대상으로 부터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평소 보던 모습보다 더 본질에 가까운 것 일수도 있다.

핵심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다시보기

맥락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이번에 내가 한 이 공간분석의 작업이 프로이트의 저 이야기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프로젝트의 전반이 '익숙했던'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기호학'이란 틀로 '낯설게' 뒤집어 보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밀했던 것에서 낯선 모습을 보는 그 과정 가운데 오히려 그 대상의 본질이 드러난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공간 분석,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 작업을 통해 나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의 일상성을 뒤집고 그것이 왜 한편으로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 일 수 밖에 없는지, 어떤 것들을 통해 욕망의 배출구이자 욕망의 창조자로 작용하는지, 또 그런 것들이 속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기호학'이라는 '매스'로 해부해 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학기 중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보니 시간에 쫓기고 과제에 치여서 의도했던 만큼 깊은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내 자신의 능력의 한계로 인해 '기호학'이라는 어렵고도 재미있는 도구를 제대로 사용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백화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보는 것은 한마디로 흥미로웠다. 그만큼 백화점이 복잡하고도 재미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별명을 잃어 버린지 오래인 대학에서 오랜만에 '흥미가 팍팍 유발되는 과제'를 받아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처음에 기획했다가 시간과 능력의 부족으로 잠시 미뤄뒀던 하나의 '담론체'로서의 백화점 혹은 '통합체'로서의 백화점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첫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우리 시대의 욕망을 자극하고 또 만들어 내는 공간이며, 앞으로도 건재히 살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Special Thanks to

끝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조언을 해주신 주민재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또 이전의 수많은 가르침들과 논문들과 책과 노트와 색연필(학용품을 가끔 선물로 주신다)로 늘 도움과 모티브를 함께 주시는 경희대 이기형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리 : 롤랑바르트의 기호학적 분석에 따른 정리 space politics [공간분석]

기표

기의

 

*거대한 외형

웅장한 진입부

높은 천정

수직성

*박물관 같은 외형

*철재, 유리, 대리석, 황금빛

*개방형 배치

영역형 배치

패쇄형 배치 

*압도감

경외심

숭배감

*문화적인 공간

*고급 공간

*흡인 전략

배제 전략 

기표신화

기의

 *압도감, 경외심, 숭배감이 드는 공간
*문화적 공간 백화점

*고급 공간 백화점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공간

*환상의 공간

*욕망의 공간 

궁극적 의도

 

“특별한 환상의 공간에서 여러분의 욕망을 채워드립니다.

저희 백화점으로 오세요!”

 


참고하기 : 롤랑바르트의 기호분석


main 4. 흡인과 배제 _ 일반관과 명품관 space politics [공간분석]

앞의 여러개의 포스팅을 통해 백화점 공간의 외형과 진입부, 1층로비, 그리고 건축재료가 가진 '기의'를 살펴 보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조금 시각을 달리하여 백화점 1층 로비의 '배치'에서 담고 있는 '기의'를 살펴 보도록 하자.

 최초의 백화점이었던 '봉 마르셰'가 '저렴한 가격'의 의미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백화점은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을, 더 정확히 말해서 상위 중산층을 모방하는 중하위 중산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시장이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상류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상점은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중략) 하지만 산책의 동선을 끌어들이는 마가젱 드 누보테의 경우는 쇼윈도를 설치함으로써 행인들에게 더 다가서고 있으며 또한 발걸음에 이끌리는 대로 자유롭게 상점에 들어오고 물건을 구경하며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그냥 나가도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고 이얷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백화점이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상류계층의 상점들이 '배제'의 전략을 사용했다면 백화점은 이와는 반대로 '흡인'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p.56)


흡인 전략의 '일반관'로비

바로 이러한'흡인' 전략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백화점 가운데서도 1층 로비이다. 백화점 1층은 전통적으로 잡화, 구두, 안경, 귀금속,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판매 제품군이 다양하기에 자리 잡고 있는 상점의 형태도 다양한데, 주로 값싼 물건은 완벽한 흡인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 좀 더 진입부에 가까운 쪽으로 '개방형'으로 배치되고, 비교적 비싼 물건은 매장 안쪽에서 '영역형'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어떤 위치에 어떤식으로 배치되던지 전반적으로 '흡인'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다름 없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끌어들여 많은 물건을 파는 것이 백화점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 중 좌측은 대표적인 개방형 배치이며, 우측은 영역형 배치이다. 각각 이월 상품 선글라스와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배제 전략의 명품관

그러나 최근 경제가 발전하고, 경제력에 따른 계급이 다양해지면서 이 또한 변화를 겪고 있다. 본디 중하위계층을 상대로 했던 백화점이 점차 상위 중산층을 겨냥한 상점으로 바뀌면서 판매전략 역시 흡인 외에 배제의 전략도 사용되고 (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p.57)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명품관'이다. 명품관에서는 더 이상 계속적인 '흡인'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 '명품'을 소비 할 수 있는 고객은 끌어들이되, 명품을 가질 형편이 안되는 고객은 전략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백화점 내에서도 완벽히 독립된 공간으로 매장을 배치하는 '패쇄형' 배치 방식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매장형태가 대표적인 패쇄형 배치 방식이다. 'PRADA', 'GUCCI', 'FENDI'등 명품 브랜드들은 기존의 공간 안에 완벽히 독립된 매장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몰리는 날은 적정 수용 인원이 넘어서면 앞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매장에 들어 갈 수 있다. 마치 물건을 사는 상점이 아니라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들른 것 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어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를 한다고 할 때, 입장료를 1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전시회를 보러 갈 것이다. 명백히 흡인의 전략인데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전시회장은 많은 사람들로 소란스러워져 관림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애호가들은 그 전시회장을 피할수도 있다. 반대로 입장료를 5만 원 정도로 비싸게 책정해 놓으면 관람객의 수는 줄어들겠지만 관람의 질과 쾌적성은 높아지기 때문에 전시회를 좋아하는 사람은 비싼 입장료를 선호할 수도 있다. 더욱이 고가의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애호가라면 2~3회 반복 관람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배제의 전략이 오히려 흡인의 요소로 작용한다. (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p.57)

위의 예처럼 명품관의 '폐쇄형' 배치전략은 '비싼 입장료'를 책정해 놓은 것과 같다. 물론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고 구경하는데 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매장에 벽을 설치하고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어 놓음으로서 쉽게 아무나 들어 올 수 없도록 물리적, 심리적 진입장벽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결국 명품관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은 위의 예에서 말한 '애호가'와 같은 사람이기에, 폐쇄형 배치 전략은 명품 소비 고객이 아닌 사람들을 배제하는 전략임과 동시에 명품 소비 고객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는 흡인 전략이기도 한 것이다.

능력 안되면 들어오지 마세요~

결국 '개방형', '영역형', '폐쇄형' 배치 전략은 대상 소비층의 경제력과 관련이 깊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기호학적으로 보자면 '개방형' 배치 전략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만큼 '개방'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면, '패쇄형'배치 전략은 쉽게 말해 매장을 둘러싼 벽들이 가로 막고 있는 것처럼 '능력이 안되면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중하위층 대다수의 고객을 끌어들이기를 욕망했던 백화점이, 이제는 그 목적에 따라 다른 계급의 층위를 지향하며 새로운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관과 명품관은 서로 다른 '상징'이며, 이 전반적인 기호작용과 변화의 양상을 읽어내는 것은 사회적 욕망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다.

main 3. 우리는 고급입니다_ 대리석, 유리, 철재로 무장한 백화점 + 황금빛 백화점 space politics [공간분석]

지난 포스팅(경외심과 숭고함을 드립니다_ 거대한 외형의 백화점 , '문화'를 팝니다_ 박물관을 닮은 백화점)에서 두 번에 걸쳐  백화점 건물의 외관과 인테리어에 대해 살펴보고, 그것의 함의를 알아 보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백화점이라는 건물이 선택하는 특별한 건축 재료에 대해 살펴보도록하자.

유리와 철재, 백화점 건물의 주된 재료

모더니티를 상징하는 건축재료가 있다면 바로 유리와 철재 일 것이다. 두 재료 모두 근대 이전부터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긴 했지만 값이 비싸고 기술이 조악하여 일반적으로 건축재료로 사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와 철을 다루는 재련 기술이 발달하고, 크고 투명한 판유리를 별 무리 없이 만드는 기술이 생겨 비로소 건축재료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유리와 철재는 '첨단'을  상징하는 소재였다.

이러한 유리와 철재의 위상이 지금도 드러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백화점'이다. 백화점 건물은 유난히 유리와 철재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고객을 맞이하는 백화점 진입부와 1층 쇼윈도에서 유리와 철재의 사용이 많다.



유리와 철재를 둘러싼 명백한 '의도'

이러한 유리의 철재의 사용 역시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유리'의 특성은 내부가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백화점은 진입부와 전면부에 커다란 통유리로 무장함으로써 '자신의 내부'를 거리를 지나가는 '잠재적 고객'에게 보여준다. 그것을 통해 백화점의 거대한 외형이 혹시나 가져올지 모르는 중압갑을 해소하려 한다. 또한 쇼윈도를 통해 백화점에 대한 기대심리와 욕망을 자극하며, 없던 욕망(혹은 잠재되어있던 욕망)을 생성시키기도 한다. 이 때 철재가 함께쓰여 기본적으로 유리의 '프레임' 역할을 해 안정감을 주며, 때로는 조각이나 장식, 포인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유리와 적절히 어우러진 철재는 '모던한 느낌'을 주며 백화점의 고급적인 인상을 결정 짓는데 한 몫을 한다.

대리석과 고급화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 중 중요한 또 한가지는 '대리석'이다. '대리석'이라는 말만 들어도 떠올리는 인상처럼 대리석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고급의 건축재료로 생각된다. 이런 고급 재료인 대리석으로 건물 전체가 치장된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백화점이다. 이쯤이면 대리석으로 도배를 한 백화점의 의도는 명확하다. 바로 '고급화'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런 특별한 재료들을 통해 '고급화'를 이루려는 백화점의 궁극적인 의도는 백화점이란 공간을 다른 공간과 차별짓기 위해서이다.겉모습을 통해 그러한 기대심리를 불러 일으키고 그 기대심리를 통해 백화점으로 고객을 유인하려는 전략이다.

황금빛 색채의 유혹

이러한 전략에 한 몫을 하는 것은 바로 '색채'의 사용이다. 특히 고귀함과 영원함을 상징하는 '금색'을 주로 사용함으로써 일반인들이 가진 금색에 대한 환상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려고 이용한다. 이것을 위해 금색의 철재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조명을 이용하여 실내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금색풍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흔히 매장 전면이나 내부 인테리어를 금색 철제로 하는 경우는 흔하다(사진 우측). 심지어는 백화점 소화전 까지 금색으로 칠하기도 한다.(사진 좌측)

또 조명을 이용해 실내 분위기 전체를 금빛이 흐르도록 만들기도 하고(사진 좌측), 1층 로비를 꾸미는 형이상학적 장식의 재료로도 금색의 철제를 많이 사용한다.(사진 우측) 

핵심은 '고급화', '고급스런 느낌'의 전이

결국 이 모든 것들의 핵심은 '고급화'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간보다 고급의 공간으로 느끼게하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유리와 철재, 그리고 대리석으로 무장한 백화점이 탄생하고, 황금빛 휘황찬란한 장식을 하는 것이다. 기호학적으로 보자면 유리와 철재, 대리석으로 구성된 백화점의 겉모습은 일종의 '기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표가 담고 있는 '기의'는 일차적으로는  '일상적이지 않은 고급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일종의 재료와 색채가 주는 '아우라(aura)'의 형성이자 '전이(transfer)'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표와 기의 사이가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지는 경지에 이르면 그 둘 사이는 하나의 '신화'가 된다. 둘 사이의 간극이 좁혀져서 백화점만 봐도 '고급 공간'이라는 기표신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백화점이 하려는 것은 고객의 시선을 끌고 고객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다시태어나 매출로 직결 시키려는 것이다.


main 2.'문화'를 팝니다_ 박물관을 닮은 백화점 space politics [공간분석]

지난 포스팅(경외심과 숭고함을 드립니다_ 거대한 외형의 백화점 )에서 거대한 백화점 건물 외관이 주는 기호학적 함의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른 차원에서 건물 외관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네? 저게 백화점 이라구요?!!!

지방도시에서만 20년을 살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서울'이란 도시는 너무나 정신이 없었다. 그 만큼 많은 사람이 있고 많은 것들이 있고, 또 보지 못한 신기한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도심 기능을 하는 명동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 이었다. 보통 박물관은 여러가지 이유로 도심을 피해서 약간 외곽지에 자리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복잡한 명동에 박물관으로 보이는 건물이있었고 몇년 동안 그 건물이 진짜 박물관 인줄 알았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우연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게 박물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건물은 박물관이 아니라 '백화점'이었다

박물관과 닮은 백화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몇 번씩 백화점을 '만보객'이 되어 돌아다니다가 '백화점'을 박물관으로 착각한 지난 날의 '촌스러움' 때문에 혼자서 한참을 피식거렸다. ^^; 그 당시 내가 박물관으로 오인했던 백화점은 바로 회현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명품관 이었다. 
(사진1_좌 : 신세계 백화점 본점 명품관, 우 : 화폐금융박물관 - 구 한국은행 건물- )

좌측의 사진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명품관의 사진이다. 그리고 우측의 사진은 그 맞은편에 있는 한국은행 부설 화폐 금융 박물관의 사진이다. 과연 어떻게 느껴지는가? 건물의 재질, 형태, 건물이 주는 느낌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이 닮아있지 있지 않은가?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박물관과 백화점이 닮은 것이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백화점을 설계한 사람의 철저히 계산된 의도의 투영이다. 박물관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문화적 행위'를 했다는 생각(혹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실은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가장 '야만'적인 공간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긴 이야기가 될 듯하니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자.) 

(사진2_ 좌상, 좌하 : 신세계 백화점, 우상, 우하 :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바로 이점이 백화점이 박물관에서 닮고싶은 지점일 것이다. 백화점은 자신을 찾는 고객에게 단순히 소비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넘어서서 '문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단편적으로는 시장과 백화점이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지점이며,  또 고객이 백화점을 자주 찾게하는 전략이며,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가진 경계심을 누그러뜨려 지갑이 열리게 하는 한가지 수단인 것이다. 쉽게 말해 백화점은 박물관과 같은 문화적 공간을 따라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고급이라는 인상을 줘서 고객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것을 기호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백화점이 자신에게 박물관의 느낌과 아우라(aura)'전이(transfer)'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느낌의 전이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자면 백화점이 노리는 이 '느낌의 전이'는 성공적이다. 백화점이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위해서 백화점은 수많은 전략들을 사용한다. 백화점 내에 문화센터나 갤러리를 설치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이며, 옥상 정원과 같은 특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이유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전략 중 하나이다. 또 아예 진짜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예술 작품들을 백화점 주변에 배치하거나 설치 미술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문화'로 보이고자 하는 백화점의 전략이며, '고급'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백화점의 바람이다. 그러나 그 중 가장 표면적으로 다가오면서도 핵심적인 전략은 건물 외관 자체를 백화점이 아닌 다른 무언가와 닮게 꾸미는 전략이다. 그래서 '박물관을 닮은 백화점'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3_ 올해 초 건물 외벽에 설치 미술을 하듯 꾸민 신세계 백화점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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